[동락공원탐방기] 동락공원은 추억에 어린 기억의 저장소이다.

선비 0 3,161
낯선 풍경도 자주 보게 되면 더이상 낯설지가 않고 추억이 된다.
 
구미시 진평동 낙동강변을 따라 길게 드리워진 동락공원은 매번 방문할 때마다 놀라움과 신기함을 안겨주며 또한 지나간 옛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우연히 인근에 일이 있어 왔다가 그냥 가기에는 아쉬워 봄을 맞아 화사하고 여유로운 이곳을 들리게 되었다. 평일 낮이라 그다지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은 관계로 한적하고 조용한 느낌이 들어 한가로이 이곳 저곳을 다니며 둘러 보았다.
 
난 1998년도 겨울에 동락공원을 처음 와 본 이후로 1년에 한 두번 쯤 이곳을 방문하곤 했다. 올때 마다 신기한 것이 옛적 이 곳이 처음 부지 조성되려 할 때가 엊그제였던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어느덧 아주 큰 규모의 공원으로 군데군데가 테마가 있게 개발되어 늘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동락공원의 멋떨어진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아주 가끔 동락공원을 오가며 네덜란드에서나 볼수 있을 법한 거대한 풍차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의 국궁장이 있어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용기내어 국궁장이라는 곳을 구경하러 가보니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마음 먹으면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서 특별히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곳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닿곤 동락공원에 대한 편안함이 새로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이날은 평소에 찬찬히 들여다 보지 못했던 풍차의 주위를 돌며 관심있게 지켜보았고 실제로 바람을 이용해 작동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게다가 풍차의 뒷편으로는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달려 있어 혹시나 하고 손잡이를 잡아 봤지만 잠겨 있어 더욱 내부가 궁금하기도 했다. 지금 풍차는 재생에너지인 바람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전기를 사용해 풍차를 돌리는 무늬만 풍차이다.
 
그러고 보니 가족들과 함께 보다는 나홀로 이곳을 많이 찾았던 듯 하다. 그도 그럴것이 계획하고 이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볼일이 있어 지나칠 때면 문득 생각나 들리곤 했기에 늘 올 때마다 이 멋진 곳에 혼자 왔다는 아쉬움을 들게 만들었고 기회를 만들어 온 가족이 함께 다시 찾아 올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한다.
 
 
처음으로 되돌아 가서, 내가 제일 처음 이곳 동락공원에 왔던 이유는 1998년 겨울 당시 IMF로 인해 일자리가 귀했던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찾아 보던 중 우연히 커피자판기 설치업을 하는 한 아저씨를 만나게 되어 꽁꽁 얼어 붙은 동락공원 땅위의 한 장소에서 자판기를 설치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땅을 파 전선줄을 파묻는 작업을 하기 위해 오게 된 것이었다.
 
그 당시 자판기 아저씨는 IMF이전에는 사업을 크게 했었지만 당시 주변에서 흔히 보듯 IMF로 인해 부도가 나 다시 재기를 위해 자판기설치와 관리업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 자신과 함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해나간다면 예전의 성공을 다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함께 일하기를 권해 주었다.
 
1998년도에는 그 넓은 동락공원에 아무것도 없었고 화장실 조차도 짓기 이전이었다. 하지만 그 자판기 아저씨는 다음해에는 근처에 화장실도 생기고 급수대도 생길 것이므로 미리 물과 전기를 끌어 올 수 있겠금 작업을 해 놓기 위해 한 겨울에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말그대로 허공에 삽질하는 느낌으로 일을 하다가 끝내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그만두었던 옛 기억이 떠올랐고, 마침 이날 동락공원에 자전거 안전교육장이 있는 곳 옆에 설치되어있는 유행 지난 구형 자판기를 보니 혹시나 15년 전의 그 아저씨가 설치해 둔 자판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 자판기의 전화번호에 눈길이 가기도 했다. 
 
주변을 둘러 보면 공원을 공원답게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낙동강 너머로 보이는 금오산의 누워 있는 사람 얼굴 형상의 자태가 더욱 운치있어 보이는 곳이 동락공원에서 바라본 금오산 풍경이기도 하다.
 
평평한 땅에 많은 흙들로 메워 나즈막한 인공 언덕을 만들기도 했고 장성한 소나무들을 어디에선가 가져와 없던 숲을 조성해 놓은 것 하며, 강변을 따라 펼쳐진 동락공원의 모든 것이 이제는 자리 잡아 도심 속의 또하나의 세상과도 같은 느낌이다.
 
동락공원의 신선한 변화와 함께 시간도 어느새 많이 흘렀고 앞으로도 강물처럼 흘러갈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문득 아들 경록이가 돌이 갓 지났을 무렵에 아내와 함께 동락공원에 와 사진도 찍으며 노닐었던 옛 추억이 떠올랐고 어느새 10년 상관이 훌쩍 지났음을 깨닿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3년 전에도 아들과 딸과 아내와 함께 이곳 동락공원의 놀이터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면 날아가는 프로펠러 모양의 장난감을 날리기도하고 넓은 공원을 아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한가로운 휴일을 보냈던 기억도 떠오른다.
 
어렸던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다 자라 이제는 뛰어 다니며 노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구미과학관 같은 곳에 탐방을 하여 체험하고 관찰하며 신기함으로 가득찬 세상의 비밀들을 하나 둘씩 체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게다가 4년 전에는 동락공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토끼 우리에 내가 키우던 토끼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감당을 못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데리고 와 이곳에 반강제적으로 맡기게 되었던 적이 있다. 이곳 관리자는 한 두마리쯤을 주는 줄 알고 흔쾌히 토끼 우리의 문을 열어 줬으나 내가 가져간 종이 박스 속에는 그 관리자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꽤 되는 수의 토끼가 튀어 나와 놀라며 난색을 표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이런 저런 이유로 동락공원과는 인연이 참 많다는 생각도 들고 기억속에서 가물거리지만 꽤 오래 전에는 이곳 동락공원의 한 귀퉁이에 자리를 깐채 아내를 위해 라면을 맛있게 끓여 주었던 추억도 새록 떠올랐다.
 
군데군데가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총각 시절에는 휑한 이곳 동락공원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체 따스한 햇빛을 쬐며 낮잠을 청해 보기도 했고, 당시 인동에 있던 한 학원으로 출근 전에 늘 이곳에 1시간 가량 머물며 공상을 하다 마지 못해 학원으로 출근했던 일들도 이제는 추억들로 남아있다.
 
알게 모르게 삶의 한 켠을 많이 스치고 지나간 곳이 바로 동락공원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17살인 이곳 동락공원은 사람이 자라나 변모하듯이 본 바탕은 그대로이지만 동락공원 내의 나무들이 자라고 자라 점점 더 성숙해짐과 함께 공원 또한 어른스러워져 간다고 여겨지는 시점이다.
 
거대한 공장을 끼고 있고 매연과 소음으로 둘러쌓인 동락공원이 처음에는 그다지 탐탐치 않기도 했던 적도 있었지만 주변의 낙동강을 비롯해 공장일색인 주위 환경과도 이제는 어느덧 조화를 이루어 깊은 산과 숲속은 아닐지라도 새들이 찾아와 재잘되며 여유롭게 날아 다닐 수 있는 도심지속의 아름다운 휴식공간이 되었다.
 
5년, 10년, 20년 앞으로도 세월이 흘러 흘러 동락공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추억 속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며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되찾게 해 줄 수 있는 진정한 힐링과 삶의 공간이 되기를 바래 본다.   

-끝-
 

[동락공원탐방기] 동락공원은 추억에 어린 기억의 저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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